페루의 전통 장례 문화는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순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특히 잉카 문명에 뿌리를 둔 자연 중심적 영혼관과 스페인 식민지 시대 도입된 가톨릭 신앙이 결합하면서 페루 특유의 경건하면서도 공동체적인 장례 전통이 형성되었습니다. 장례는 단지 이별이 아니라, 영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며, 조상과 다시 이어지는 길로 여겨집니다. 이로 인해 장례는 개인의 슬픔을 넘어, 가족과 마을 전체가 고인을 기억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동체적 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페루 전통 장례 문화> 역사와 특징
페루의 전통 장례 문화의 역사를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고대 페루의 잉카 문명에서는 죽음을 자연으로 돌아가는 신성한 과정으로 여겼습니다. 고인의 시신은 미라 ‘말키’로 보존되어 집안 혹은 공동묘지에 모셔졌으며 매년 축제나 기일마다 꺼내어 고인과 다시 대화하고 음식을 나누는 의례도 존재했습니다. 16세기 이후 스페인의 식민 지배가 시작되면서, 가톨릭 장례 의식이 페루 전역에 퍼졌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절이 아닌 혼합을 통해 독특한 형태로 전환되었고 성당에서의 미사와 전통 음악, 미라 개념과 성자숭배의 병존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페루만의 전통적인 장례 문화의 대표적인 네 가지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죽음은 자연의 일부이며 페루의 전통 장례에서는 고인의 육신이 산, 강, 땅 같은 자연 요소로 되돌아간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매장은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장소를 선택하며 무덤 주위에 코카잎, 옥수수, 꽃잎, 짚 인형 등을 놓아 자연과의 조화를 기원합니다. 두 번째로 종교와 전통의 공존이며 가톨릭 교회에서의 장례 미사와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민속 신앙이 조화를 이룹니다. 고인의 이름으로 촛불을 밝히거나, 가족이 함께 앉아 노래를 부르는 풍습도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요소입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사제의 기도와 함께 샤먼의 축복 의식이 병행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공동체적 참여 문화이며 장례는 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온 마을이 함께 애도하고 기억을 나누는 사회적 의례로 간주됩니다. 이웃은 장례 준비를 돕고, 공동 식사를 제공하며 고인이 생전에 속했던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마지막 인사와 감사의 표현에 참여합니다. 네 번째로 음악과 음식의 역할이며 페루 장례에서는 고인이 좋아했던 전통 악기(케나, 판플루트 등)의 연주가 이루어지며 식사에는 코카차, 퀴노아 수프, 감자 요리 등 고인이 즐기던 음식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는 고인을 기억하고 기리는 동시에, 남은 자들이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서적 치유의 기능을 합니다.
진행 절차
페루의 장례 절차는 단지 육신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영혼을 고요하게 보내는 신성한 통과 의례로 인식됩니다. 이 의식은 고대 잉카의 자연 숭배 전통과 스페인 가톨릭 문화가 융합된 결과로 죽은 자가 자연과 조상, 신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영적 전환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단계는 유족의 애도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고인을 예우하고, 상실을 회복하는 사회적 장치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존엄성과 정성을 중시하는 절차적 흐름을 따릅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의 단계로 진행이 됩니다.
1. 임종 직후의 준비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 가족은 곧바로 시신을 정갈하게 닦고, 고인이 생전 즐겨 입던 옷이나 흰 천으로 갈아입힙니다. 가족과 이웃들은 촛불과 코카잎, 꽃을 곁에 두고 기도를 시작하며, 거실 한편에 작은 제단을 마련합니다. 여기에는 고인의 사진, 음식, 음료, 종교 상징물이 올려집니다.
2. 밤샘 기도 의식
장례 전날 밤, 유족과 친지, 마을 사람들은 함께 모여 시신 곁에서 밤새 기도와 노래를 이어갑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고 그의 영혼이 평온하게 떠날 수 있도록 집단적으로 축복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케나(플루트), 차란고 등 전통악기 연주와 슬로 챈트가 어우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장례 미사 및 성당 의식
가톨릭 신앙이 강한 지역에서는 성당에서의 장례 미사가 필수로 진행됩니다. 사제는 고인의 영혼이 천국에 들 수 있도록 축복하고, 가족과 이웃은 함께 묵주 기도와 찬송을 바칩니다. 이때 고인의 생전 행적에 대한 짧은 회고 연설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4. 운구와 매장 또는 화장
미사 후, 관은 공동묘지 또는 가족묘지로 이동되며, 산 언덕이나 자연 속에 인접한 장소가 선호됩니다. 고인을 묻을 때, 가족은 코카잎, 옥수수, 작은 돌이나 꽃을 함께 넣으며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장이 이뤄지기도 하며, 유골은 제단에 모시거나 사찰에 안치합니다.
5. 공동 식사와 회고
장례가 끝난 후, 유족은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나눕니다. 이 식사는 고인을 위한 것이자,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하고 애도의 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간주됩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치차(옥수수 발효 음료), 퀴노아 수프, 감자 요리 등이 제공됩니다.
6. 사후 제사와 기념 의식
장례 후 9일째, 30일째, 1년째 등 주요 기일마다 기도 의식이 다시 열립니다. 고인을 위한 초와 음식, 노래, 꽃이 준비되며, 이때마다 영혼이 가족을 다시 방문한다는 믿음이 강조됩니다. 가정의 제단은 수개월간 유지되며, 매년 고인의 기일이나 축제 때 다시 단장됩니다.
결론
페루의 전통 장례 문화는 삶과 죽음을 단절된 것으로 보지 않고 고인이 자연과 조상,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장례 절차 곳곳에 반영되어 있으며 유족의 애도와 공동체의 참여, 그리고 신앙의식이 함께 어우러져 정서적 치유와 영적 화해를 이끕니다. 잉카의 자연 숭배 전통과 가톨릭 신앙이 만난 이 장례 문화는 고인을 보내는 동시에 산 자가 더 깊이 삶을 성찰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오늘날에도 페루는 장례를 통해 삶과 죽음을 하나로 품는 문화적 지혜와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